커피스페이스 9-10월호에 실린 커피 옥션 관련 특집 기사, "최고 커피 찾아 삼만리, 옥션 그 뒷이야기with 주영민 대표, 조영준 대표" 를 위해 진행했던 서면 인터뷰 원안입니다. 기사 내용에서는 지면 관계상 생략된 부분 등이 있어 전체 내용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1. 참여했던 옥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옥션과 그 당시 옥션 분위기를 알려주세요. 많은 분들은 BOP(Best of Panama) 등의 고가 커피가 등장했던 옥션 등을 상상하시겠지만, 제 경우엔 조금 달랐습니다.콜롬비아 커피 농민 연합(FNC, Federacion de Nacional Cafeteros) 의 스페셜티 커피 분과, ‘크래프트 커피’ 팀에서 운영하는 ‘다양성의 땅 Land of diversity’ 옥션이 꽤나 인상적이었죠. 이 옥션은 판매되어야 수익이 되는 여타 옥션과는 달리, 이미 FNC 주도로 전량 시장가보다 높은가격으로 수매가 끝난 상태에서 진행되기에 농민들에겐 충분한 수익이 보장된 상태로 진행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해 심사역으로도 참가했는데, FNC 주관으로 실제 옥션에 출품한 농부들과 온라인 미팅을 하며 한 명 한 명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세션이 매우 좋았습니다. 자신들이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직접 대면하고, 궁금한 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옥션의 또 다른 재밌는 점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COE 등의 품질 평가 대회가 일반적으로 평균 커핑 점수에 따라 줄을 세우는 방식이라면, 이 대회는 별도의 종합 순위 없이 분야별 고득점 커피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농부들의 노력 하나하나를 단순한 점수 줄세우기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옥션 진행 중의 분위기 자체는 여타 옥션보다 과열되는 양상은 아니었습니다. 중국과 일본, 대만등 아시아권에서 제법 많은 참여가 있었고, 그 당시 노르테 데 산탄데르 Norte de Santander 지방의 게이샤 워시드 커피가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2. 왜 옥션에 참가하시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옥션에 출품되는 커피는 대부분 소량만 생산되는 특수 랏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해당 농장과 기존에 거래를 하고 있거나, 정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옥션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된 커피는 옥션 외 상황에서 만나보기가 어렵죠.제가 직접 낙찰을 받고자 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농장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보고, 앞으로 거래를 해도 될 농장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죠. 3. 옥션 참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제겐 크게 두 가지로 꼽힙니다.1. 가장 최신의 품종/프로세싱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2. 전 세계에서 우리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커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옥션 커피를 입찰 받아서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제 경우, ㈜프리즘콜라보 라는 생두 유통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에 소분 판매로 주로 판매합니다. 또한, 이벤트 테이스팅 세션이나, 테이스팅 킷 등을 만들어 상품화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5. 낙찰가가 높으면 판매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이 있을까요? 말씀해 주신 질문은 많은 업체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해당 문제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텐데요.먼저 낙찰 시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여러 로스터리가 공동으로 낙찰을 받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지불만 이루어 지면 되기 때문에 낙찰금액의 부담을 줄일 수 있죠.그리고 판매에 대한 부담에 있어서는, 정말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대회용 커피로 사용을 한다던지, 매장만의 스페셜 에디션 커피로 판매를 한다던지, 해당 커피를 사용한 특별 메뉴 또는 코스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단순히 커피 자체로 판매하기보단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수요를 예측하고 입찰 받으시나요? 예측하신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서 입찰 받으시나요? 제 경우 옥션에서 커피를 낙찰받는다 해도 한 개 정도의 랏을 고르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수요를 별도로 예측한다기 보단, 내가 좋아하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커피인가?어떤 고객들이 나의 테이스트와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편입니다. 7. 옥션으로 낙찰받은 커피는 언제쯤 받을 수 있나요?일반적으로는 통관까지 고려해 한 달 정도면 수령할 수 있는 편입니다.(항공운송 기준) 하지만 최근 프라이빗 옥션 등이 많아지면서 주최사에 따른 차이는 조금씩 있을 수 있습니다. 8. 옥션 진행시 주의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계시겠지만, 제 경우 두 가지 원칙을 정해두는 편입니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예산 계획이죠. 특히 올 해는 작년보다 훨씬 옥션의 열기가 뜨겁기에, 자칫 정신을 놓고 입찰하다간 내가 설정한 예산보다 훨씬 초과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상한선을 마음속에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죠. 두 번째는 우선 순위입니다. 제 경우, 사전 테이스팅을 진행하면서 베스트 3-4까지는 선정해 놓고 옥션에 임하는 편입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커피 1순위는 분명 남들도 좋게 느낄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예비 순위를 정해두고, 이 정도 커피라면 어느 정도까진 지불할 수 있겠다, 라는 가치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9. 앞으로의 커피 옥션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요? 커피 옥션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1. 국가기관 또는 수출업체 주도의 옥션2. 외부 기관 주도의 옥션(COE 등)3. 프라이빗 옥션 이전에는 COE로 대표되는 외부 기관 주도의 옥션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옥션 운영 솔루션 (Sensible development, Cropster Hub 등) 이 개발됨으로써 농장 자체적으로 마케팅, 샘플 발송, 낙찰자 관리 등을 수행하는 프라이빗 옥션 형태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COE 등에서 맛 볼 수 없었던 한층 더 특별한 커피들이 소개되는 경우도 많아졌죠.기후위기, 산지에 닥치는 각종 악재 등으로 인해 좋은 커피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믿을만한 퀄리티의 이력 추적이 가능한 옥션 커피는 당분간 인기가 사그라들지는 않을 듯 합니다. 10. 지난 옥션들과 비교해 볼 때 요즘 커피 옥션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커피 자체로 본다면 이전에 비해 깔끔한 워시드 커피의 비중이 줄고, 화려한 향미를 자랑하거나 복잡한 프로세싱을 적용한 내추럴, 무산소, 이스트 발효 등의 커피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COE뿐만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방향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프라이빗 옥션에서도 이런 경향성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또한, 옥션 낙찰가의 상승과 참여자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일례로, 상반기에 진행된 과테말라의 산타 펠리사 농장 옥션의 경우 최고 낙찰가가 작년 대비 약 3배 정도 높았습니다. (2022 최고가 : $220.50/kg , 2021 최고가 : $81/kg) 앞으로도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옥션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